생각/잡문집

    [단편] 나비와 나방

    2019. 7. 7 지홍은 성당에서 나와 한강대교를 걸었다. 그렇게들 뛰어내리는 다리 옆에 성당이 있다는 것에 웃었다. 기도해도 안되면 뛰어내리라는 걸까. 나는 교회, 성당 모두 안됐으니 뛰어내려야 할까. 음력 3월 15일, 따뜻한 봄 날씨에 보름달까지 떴지만 우중충한 구름들이 장막처럼 하늘을 가렸다. '손을 펴면 사랑이!' 다리를 반 쯤 건넜을 때 개소리를 봤다. 진짜 개소리다. 내 사랑들은 자고로 다 손에 꽉 쥐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비처럼 모두 날아가버렸다. 물론 손을 펴도 안날아가는 나비들도 있었다. 나에게서 꿀과 같은 것들을 가져가려는 마음으로. 씨발. 차라리 나는 나방이 아닐까? 가로등 위로 개떼처럼 붙어있는 저것들 말이다. 따라가야할 달빛이 너무 멀리 있는 탓에, 눈부신 전구 속 ..

    [211221, 단편] 잃어버린 마음에 대하여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시험이 끝났습니다. 아직 써야할 보고서가 하나 남았지만, 이래저래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홀가분하다 못해 조금은 어색해요. 그만큼 이번 학기가 무거웠다는 얘기겠죠? 어제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시험이 끝났으니 안 마실 수가 없더군요. 모듬해물을 앞에 놓고, 한라산을 연거푸 마셨습니다. 그러다 술집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스님이 보입니다. 동네 술집에 자주 오시는 염주파는 스님이죠. 가게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단 한 명, 제 친구를 제외하구요. "계좌 이체도 되나요?" 현금이 없던 친구는 계좌까지 물어보는 성의를 보이며 삼만원을 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플라스틱 염주 세 개와, 두 손 모은 기도를 받았습니다. 이상했죠. 술을 마신 약 ..

    [단편] 카페 로얄 - 1

    "편지를 쓰고 싶어요. 그런데 쓸 곳이 없어요."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나타난 그녀의 손은 이미 소매 안에 있었다. 아직 공기 중에 수분이 남아있는 듯한 초겨울, 학교 앞 카페에선 오래된 나무 향기가 났다. "감정이 메마른 것 같달까요? 삭막해요. 집 밖에 나와서 숨을 크게 들이쉬면, 기억에 잡아먹힐 듯한 그런 날인데도." 어두운 조명과 벽돌 기둥, 붉은색 가구들이 보였다. 벽에는 나무 향기처럼 오래된 낙서들이 적혀져 있다. 2005년...1999년... 가장 오래된 1992년의 글은 평생 사랑하자는 모 커플의 벽지 위 아우성.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의 바램은 이루어졌을까?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아주머니께서 유자차와 커피를 가져다 주셨다. 잔 위의 티스푼에 각설탕과 푸른 불꽃이 올라..

    [211002] 답답해서 뛰었다.

    목요일에 백신 2차를 맞고, 운동도 못가고 집에 박혀 과제만 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한번 뛰어봤음. 복싱이 체력에 이렇게 좋다! 그나저나 근 1시간 만에 1000칼로리 가까이 태웠다고...? 열량 보충 좀 그만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