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결산이 돌아왔습니다. 작년 결산글을 쓸 때에는 머릿 속이 캐나다와 인도로 가득차 있었는데, 어느새 그 추억들은 한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이제 그 자리는 학업과 취업이 자리했네요. 네, 맞습니다. 2024년은 학업과 취업으로 가득 찬 한 해였습니다.
1. 8년의 대학 생활 마무리
4학년 1학기는 대학 생활 중 가장 열심히 한 학기였습니다. 그만큼 학점 복구도 많이 했습니다. 한편으론 뿌듯하고, 한편으론 부끄럽습니다. 2,3학년에 제일 열심히 해야하는 기계공학도가 4학년 와서야 제일 열심히 해보다니요. 관련 내용은 위에 있습니다.
4학년 2학기는 학문적으로 널널한 학기였습니다. 당연히 수강한 과목도 많지 않고, 각 과목의 부담감도 낮았습니다. 수강한 과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a) 캡스톤디자인(2)
: 이건 학부연구생과 연계하여 진행했습니다. 2번에서 기술합니다.
b) 유체 기계 및 설계
: 터보머신에 대해서 배웁니다. 하지만 마지막 학기 수업답게 학생들의 참여도가 매우 낮고, 이를 아는 교수님도 적당히 수업하셨습니다. 물론 이런걸 기대하고 참여한 수업이기도 합니다. 수력발전기와 풍력발전기에 대한 내용을 어느정도 배웠습니다. 중간에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사실상 그럴싸한 바람개비를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c) 시스템반도체입문
: 수강신청 할 때만 해도 제가 반도체 기업에 지원할 줄 알고 수강한 과목입니다. 동영상+교양+패논패 수업이라 정말 수월히 들었습니다. 그만큼 크게 남은 것도 당연히 없습니다. SoC (System on Chip)에 대해 다뤘습니다. 요즘 브로드컴 때문에 핫해진 ASIC 나 FPGA 같은 것들을 배우고 실습도 해봤습니다. 수강대상이 문과생을 포함하기 때문에 크게 이공계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설계 프로젝트도 수업만 따라하면 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d) 레저스포츠 (댄스스포츠)
: 그래도 마지막 학기인데 남는 학점으로 재밌는 교양 하나 들어보자며 신청한 수업입니다. 원래는 핀수영을 배우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학교에서는 밖에서 쉽사리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는게 이득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스무명의 서로 다른 이성과 손을 잡고 춤을 춘다...는 것 자체로도 꽤 재밌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건 별 일도 아니게 느껴집니다. 그때부턴 뭔가 호흡을 맞춰나가는 그런 건데, 이게 되게 재밌습니다. 똑같은 춤을 춰도 그 춤에서 사람들의 성격이 다 보이기도 하고요. 또, 이런 수업 들으러오는 분들은 특이한 구석도 많습니다. 그래서 종강하고 회식도 하고 그랬네요. 이번 기회로 이런 세상을 알게되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라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취미에요.
2. 학부연구생 - 연구 경험
여름방학부터 학부연구생 활동을 했습니다. 사실 여름방학 학부생 연구 참여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들어갔는데, 어쩌다보니 학부연구생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아량(?)으로 월급도 받고, 밥도 잘 먹고, 국제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도 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연구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최근 국내 학부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높기도 하고, 미국이나 중국은 대다수의 공대생들이 석사는 하니까요. 그러나 사회는 대학원생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마치 노예처럼 말이에요. 뜻밖에도, 대학원에 진학한 주변 친구들은 연구가 재밌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학부 공부와 연구는 전혀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번 해봤습니다.
연구주제 : Gr/PEDOT:PSS 온도센서 제조공정 최적화
배경 : 연구실의 기존 온도센서는 Gr/PEDOT:PSS 하이브리드 잉크를 미세다공성 PVDF 멤브레인에 스프레이로 도포하였음. 그렇게 총 4x4, 총 16개의 온도센서를 제작함. 하지만 각 센서 별로 재료의 도포 정도가 다르고, 각 센서 내에서도 도포가 균일하지 않아 측정의 신뢰도가 낮았음.
실험내용 :
첫번째 방법 : 연구교수의 조언으로 드롭캐스팅 - 건조 반복
결과 : 실패 (Substrate가 부풀면서 변형)
원인 : PVDF가 미세다공성이라 용액에 의해 젖으면서 Swelling
대책 : Substrate를 소수성 물질로 변경
두번째 방법 : 기판을 PET Film 으로 변경 후 드롭캐스팅 - 건조 반복 (변경 이유: 소수성 + 유연함)
결과 : 실패 (도포면이 불균일)
원인 : 표면이 소수성이라 균일히 퍼지지 않음.
대책 : 표면을 플라즈마 처리하거나, 다른 방법이 필요. 기계가 필수적이라 확신.
세번째 방법 : 스핀코팅
결과 : 실패 (표면에 잉크가 남아있지 않음)
원인 : 용액의 낮은 점도, 플라즈마 클리닝의 부재
대책 : 플라즈마 클리닝을 시도하려 했으나 장비 문제로 보류
네번째 방법 : 기판 주위에 Dam을 만든 뒤, 그 안에 용액을 충분히 가두어 소결
결과 : 실패 (눈으로 보기에는 균일. 하지만 PET 필름의 변형 + 저항의 부분적 불균일)
원인 : 잉크와 PET의 화학반응, 소결 시 미세한 기울기에 의한 불균일 분포 (2*2로 나눴을 때, 왼쪽 위아래 저항 동일, 오른쪽 위아래 저항 동일)
대책 : 방법 변경
네번째 방법 : 플라즈마 클리닝, 잉크 용매 증발시켜 점도 올린 후 스핀 코팅
결과 : 실패 (수 없는 시도 끝에 성공한 듯 보였으나, 전도성이 매우 낮음)
원인 : 원심력에 의한 전도성 물질의 기판 탈출, 증발시켜도 낮은 잉크의 점도
대책 : 좌절... 후 필름 어플리케이션 시도
다섯번째 방법 : 필름 어플리케이션 장비를 고쳐서 무한 시도
결과 : 성공 (같은 제조공정 내 센서들의 균일한 저항값과 CTR )
느낀점 :
1. 실제로 연구는 학부 공부와 매우 달랐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을 지식과 직관에 의존해서 걷는 느낌이랄까요.
2. 연구실의 구성원과 지도교수님이 정말 중요합니다.
3. R&D 정책의 성공은 충분한 예산 지원과 실패에 대한 무한한 인내심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4.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 잘 찾으면 이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겁니다.
3. 일반기계기사 필기 합격
필기 합격 후에 수업, 연구, 취준이 겹쳐 실기는 응시하지 못했습니다. 2년 내로 실기를 응시해야하니까, 조만간 준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포스팅에 있습니다.
4. 세 번의 OPIc 과 세 번의 IH
총 3번의 오픽을 쳤고, 3번의 IH를 받았습니다.
첫번째 시험은 정말 하나도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고, IH를 받았습니다.
두번째 시험은 정말 살짝 준비를 하고 갔고, IH를 받았습니다.
세번째 시험은 준비해야한다는 스트레스만 받고 똑바로 준비를 하지 않았고, IH를 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 대부분의 일을 영어로 했기에, 취준 시 일관성을 위해 AL을 노렸지만 실패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의욕이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답변을 외워야하는데, 이걸 왜 외우고있는가 하는... 그런 현타가 왔습니다. 예... 그냥 포기했습니다. 차라리 아이엘츠나 토플을 치라고 하면 훨씬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이전에 오픽을 공부한 방법은 아래 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5. 취업 활동
네... 박살났습니다. 당장 집 계약이나, 월세 문제로 하루 빨리 돈을 벌어야하는데 취업 문제로 불확실성이 너무 큽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심합니다 허허.
6. 기타 활동
a.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및 두산 에너빌리티 창원 공장 견학
-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서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울산 공장은 차량을 조립하는 극히 일부 공정만 볼 수 있었고, 두산 에너빌리티는 가스 터빈과 초대형 프레스 등 정말 기계스러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b. 유튜브
- 2학기부터는 바빠서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취업을 하고나서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한국 음식 숏츠를 영어로 올렸고, 260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시작하기 전이였으면 260명 보고 진짜 얼마 안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시작하고 나서 이게 얼마나 큰 숫자인지 깨달았습니다. 나의 컨텐츠를 260명이 계속 보고싶어 하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 개인적 소회, 올해의 OO, 새해 목표는 다음 편에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