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4개월만에 돌아왔습니다. 제 생각도 정리할 겸 근황을 적습니다.
1. 4학년 1학기에는 무엇을 배웠나
a. 냉동공조설계
기존에 배운 열역학, 열전달을 기반으로 공조시스템 설계에 대한 내용을 배웠으며, 학교 건물 한 층의 공조시스템을 설계하는 팀프로젝트로 마무리 됩니다. 8주간의 이론 수업, 8주 간의 프로젝트 기간이 주어졌습니다.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한 만큼 배운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블로그에 모두 적으려니 양이 너무 방대합니다. 발표 시에 사용한 PPT가 추리고 추려도 100장을 넘길 정도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작성하겠습니다.
b. 신소재응용구조설계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고체는 등방성(Isotropic)을 가정합니다. 계산이 용이하고, 실제로 금속을 많이 기계공학에서 많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복합소재 (여러 재료를 섞은 물질)이며 이는 이방성(Anisotropic)을 의미합니다. 탄소섬유 또는 카본이라 불리우는 CFRP (Carbon Fiber Reinforced-Plastic)와 GFRP는 대표적인 기계공학적 이방성 재료입니다.
본 수업에서는 섬유강화복합재료를 설계하기 위한 계산방법을 다뤘습니다. Laminate axis 와 Ply axis를 구분하여 각 방향 별로 Q라고 불리우는 Reduced Stiffness 와 A,B,D 등 다양한 계수를 구합니다. 하지만 Out of plane 방향으로의 힘이 가해지는 경우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본 수업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프로젝트는 현실의 공학적 문제를 복합소재를 이용해 해결하는 방안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섬유강화플라스틱은 고온에 약하고, 이방성을 가지며, 비강성과 강도가 높고 비싼게 특징입니다.
저는 레이싱카의 롤케이지와 지상버스 휠체어 리프트 중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최근 수동리프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첩 주변에서 Bending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리프트의 무게가 무거워 기사님들이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CFRP로 바꾼다면, 적은 무게임에도 두께를 늘릴 수 있어 처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직사각형 단면 외팔보에서 처짐량은 두께의 세제곱에 반비례) 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샌드위치 구조를 적용합니다.
c. 캡스톤디자인(1)
캡스톤디자인은 졸업작품 수업으로, 지금껏 배워온 전공지식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보는 수업입니다. 사실 저는 전공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관련 활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며, 2년 간 휴학까지 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랜덤 조 구성이었고,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 고프로 발열핀 설계 : 너무 쉽고, 경쟁력이 없어보여 폐기
- 자동차 제동 헬퍼(?) : 낙하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으나, 최종은 차량 하부에 Fan을 달아 다운포스를 증가시키는 것이었으나 폐기
- 진동 감쇠를 위한 액티브 댐퍼 : 예를 들어 세탁기 프레임에 상하로 움직일 수 있는 추를 달아서, 자체 진동에 맞춰 추가 움직여서 감쇠. 물체의 고유 형상을 변경시키면 Phase 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여, peak 지점을 피하는 느낌. 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보기위한 추의 무게와 이를 움직이기 위한 Actuator,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파워 등 현실적인 문제와 시간, 비용 부족으로 폐기
- UAV(Unmanned Aerial Vehicle)의 Cooling Drag 감소를 위한 Vent hole 설계 : 기계과에게 가장 무난할 수 있는 최적설계. 가장 현실적이라 채택.
주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피스톤 엔진을 사용하는 프로펠러 기체에는 엔진 냉각을 위한 Venthole 이 존재합니다. 이 Venthole로 인해 항력이 발생합니다. 표면이 매끄러워야 하는데, 구멍이 있어서 추가 항력이 생기는거죠. 이 항력을 Cooling Drag 라고 합니다.
이는 inlet 의 형상에 의존적이므로, 이 최적형상을 찾는게 목적이었습니다. 이에 유전 알고리즘 (머신러닝)을 접목하여 최적형상을 찾았습니다. 엔진 하우징을 모델링하고, 한 면에 20x20의 그리드를 형성한 뒤, 700개의 데이터를 랜덤으로 추출하였습니다. (포인트 랜덤 선택)
추출한 데이터로 예측 모델을 만들고, 이를 유전알고리즘에 활용했습니다.데이터가 비선형적이므로 통계적 의존성을 나타내는 스피어만 상관계수를 통해 모델을 평가하였고, Random Forest, Extra regression tree 등 다양한 모델 중 Gaussian Process Regression이 가장 지표가 좋았으므로, 이를 최적화에 활용하였습니다.
유전알고리즘에 들어가는 유전자는 형상의 패턴, 모양, 개수, 방향 등으로 결정됩니다. 이 유전자들을 조합하여 다양한Chromosome 을 만들어 경쟁 시키고, 또 만들고 경쟁시키고... 그렇게 최적의 유전자를 찾아내게됩니다. 그리고 이 유전자를 다시 Ansys에 넣어 현실 모델과 비교합니다. 실제 모델을 제작하여 풍동 실험을 진행하려 했으나, 시간 문제로 포기하였습니다. 주제를 선정하는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업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라 참... 그랬습니다.
팀장을 수행했으며, 프로젝트 매니징, 발표, 아이데이션에 집중했습니다. 코딩과 앤시스를 배우고 싶었는데, 담당한 분 두 분 모두 이미 실력이 뛰어나시고,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여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d. 마이크로/나노 제조공정 실험
원래 본교에서는 4학년에 MEMS 과목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교육과정에 변화가 일어나며 MEMS 과목이 3학년
으로 내려가고, 4학년에 본 수업이 생겼습니다. 즉, 저는 MEMS 수업을 듣지 못한 채로 본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본 과목은 취업시장 내 반도체 산업 입지를 생각하여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학부생 실험을 위한 장비들을 새로 다 구매 및 설치하였습니다.
배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무연 솔더링 및 45˚ Pull test
- Photolithography 공정 실습
- Microlens 제작 실습 (포토리소그래피 이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서, 자세히 설명할 내용은 없습니다. Microlens 제작에 사용한 PDMS Sylgard 184 와 Photolithography 공정은 이후 연구실에서 센서를 제작하는데에 도움이 됩니다.
e. 고체역학1
재수강 했습니다.
f. 4차산업혁명시대의 ESG 기업경영
재수강 했습니다. 1학년 때는 '21세기기업경영' 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온갖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붙였습니다.
2. 4학년 1학기를 마치며 느낀 점
a. 그러했고, 그러하지 않아서
2년 간 수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학교였습니다. 시야가 넓어진 덕에 새로운 시각으로 학교를 보았습니다.그리고 역시 사람 일은 '그러했고, 그러하지 않아서'로 귀결되는게 맞았습니다.
작년 4월부터 머리를 자르지 않았습니다. 개강할 당시에는 머리를 묶을 정도로 긴 상태였고, 수염도 기른 상태였습니다. 머리도 기르는데 수염이라고 못기르겠습니까. 마침 점을 빼서 면도를 못해버리니, 모든게 맞아떨어진거죠.
제가 봐도 범상치 않은 비주얼은 뜻 밖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하면 이상하게 느끼지만, 비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하면 그러려니 하거든요. 저는 후자의 케이스였던 것이죠. 거기다가,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고, 2년 휴학하고 자신감도 생겼겠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열심히 했습니다.
하루는 냉동공조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조를 짜오라고 했습니다. 강의실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저는 제가 팀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보다, 받아보는게 더 좋잖아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대부분 이미 조 구성을 끝낸 듯 보였습니다. 난감한 와중에 학교 사이트에 쪽지가 왔습니다.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강의실 제일 앞에 앉는 엘리트 집단이였습니다. 스카웃 받은거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이유가 있습니다. 더 집중하고, 더 찾아보고, 또 검토하는거죠. 이 분들과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더 꼼꼼히 보고,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정보들을 찾아보고, 공유했습니다. 비록 공조냉동 수업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지만, 다른 수업 공부도 함께하며 높은 성적을 받았고, 무엇보다 전공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습니다.
이 분들은 제가 여태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꽤 다른 부류입니다. 전공 공부와 관련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는 분들이니까요. 저는 마침 그렇게 해야할 시기였고, 덕분에 약 1달 간 하루 평균 4시간 수면을 해보았습니다. 어두울 때 잠을 청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정말 열심히 하니, 시험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후련할 것 같다는 감정도 느껴봤습니다. 같이 밤을 새면서 이런 대화를 나눌 정도였습니다.
"로또 1등 당첨되면 뭐할거에요?"
"일단 자러갈래요." (1리터 더블샷 추가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며)
또, 이 분들의 영향으로 연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기사 자격증도 도전 중입니다.
휴학을 하지 않았다면, 머리가 길지 않았다면,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분들을 만날 수도 없었겠죠?
b. 사고의 축소
공부에 집중을 하다보니, 활동 장소와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으로 변하였습니다. 보이고 들리는게 적으니 점점 생각이 갇히는 걸 느꼈습니다. 대학원이 유일한 답 같아 보이고... 불행한 사회에서 월급으로 겨우겨우 먹고 살 것 같은 그런 느낌...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투자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사람과 장소를 겪어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머릿 속에서 캐나다와 인도가 사라져가는 것은 덤입니다.
c. 나는 정말 전공 머리가 없는걸까
'남들이랑 똑같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내 성적은 왜 이 모양일까?'
제 스스로 항상 전공 머리가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학기 공부를 해보며, 제가 오만했다고 느꼈습니다. 남들 도서관 가서 머리 싸매며 공부할 때, 기타 쳐놓고 머리가 없다니... 깊은 반성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을 훨씬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저는 정말 조금 해놓고, 남들과 같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생각한거죠.
새학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이 글을 포스팅합니다. 방학동안 무엇을 했는지, 하고 있는지도 적으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