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대구에서 언어교환 모임 해본 후기
생각/고민, 후기, 느낀점

[후기] 대구에서 언어교환 모임 해본 후기

안녕하세요, 기계과 감성쟁이입니다.

어제도 꽤 신박한 경험을 하고 왔어요.

 

1. 발단


 예전에 제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드린 적 있나요? 다들 아시겠지만, 카카오톡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오픈채팅'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톡방이 있고, 저는 러닝 크루를 찾아보다가 얼떨결에 친목방에 찾아가게 되었죠. 모임을 몇 번 가지다보니 '이걸로 외국인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바로 언어교환 톡방을 찾아보았죠. 나름 활발한 100명 규모의 톡방이 있어 냉큼 들어갔습니다.

 

 이게 약 반년 전 이야기입니다.

 

2. 전개


 
 사실 오픈채팅이라는게, 사람이 많아도 활동하는 사람은 정말 적거든요. 100명 남짓한 톡방이지만 정작 말하는 사람들은 10명 안팎이에요. 그러다보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려 해도 쉽지가 않아요. 어느새 영어로 채팅하는 법 알려주는 신세로 전락해버린 언어교환 톡방... 반년이 흐른 뒤 드디어 모임이 성사되는데...!

 

3. 대구 언어교환 오프라인 모임 후기


 

이렇게 올리니 그것이 알고싶다 자료화면 같아 보이긴 한데... 예... 그렇습니다. 15명 정도 모였던 것 같아요. 한국인 외국인 비율은 6:4 정도. 느낀 점을 하나 하나 적어보겠습니다.

 

1. 내가 막내일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다들 나이가 있으셨습니다. 물론 제 기준으로요. 25살인 저는 막내였고, 30대 초반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외국인과 대화하는데에 있어 나이는 크게 중요치 않지만, 경험이 적고 제대로 된 직업이 없다보니 가끔 대화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때도 있었습니다. 

 

2.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네

 

 "제가 서울에서 이런 모임을 오래 했었어요. 무서워서 말 못하는 사람은 자리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 가요." - 모임에서 만난 34살 형님 말씀

 

  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인데, 영어만 쓰게 되면 내향적으로 바뀌곤 합니다. 특히 여러명이 있는 곳에서는요. 왠지 내가 얘기했다가 갑자기 분위기 찬물퍼레이드 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되거든요. 아무래도 이럴 땐 알코올이 도움이 됩니다. 1차, 2차, 3차 옮겨다니며 연거푸 때려 부었더니, 3차 쯤에는 어느새 자연스레 대화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비어퐁을 즐긴 것도 좋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함께 게임을 함으로써 공통된 경험이 만들어지니 할 말도 생기고 친밀감도 들었던거죠. 

 

3.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

 

 서울에서 미디어 관련 학과를 다니다가 대구 소재 대학 간호학과에 편입한 사람, 홍콩과 싱가폴에서 다년간 일했던 사람, 영어 스터디 모임에서 함께 참석한 사람, 스위스에서 일하고 싶은 과학기술원 박사 분... 정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아요. 분명 대구 모임인데 고향이 대구인 분을 잘 못봤어요.

 

 외국인의 경우, 남아공, 홍콩, 영국, 미국, 멕시코 등등 다양한 국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영어 강사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았고, 학생, 개발자들도 있었어요. 본국과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살아본 사람들도 많았다는 점이 신기했네요. 얘기를 해보니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기와 잘 맞는 나라를 찾은 후, 거기서 지낸다고 했어요. 저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발상이에요... 맛보기 스푼 마냥 떠먹어보고 결정한다고?

 

 멕시코 분은 개발자였는데, 서울에 있을 때는 개발자 모임을 많이 가졌다고 그랬어요. 하지만 대구에선 그런 걸 찾을 수가 없다며 혹시 좋은 방법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살던 나라에 살고, 알던 친구들의 아는 친구를 만나서 완전히 새로운 Pool 에 들어가는 일이 적어요.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 나라에 온 목적이 있고, 연고가 없으니 항상 새로운 모임을 찾아 나섭니다. 대구엔 모임이 적은게 아쉽긴 하지만, 있는대로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아니면 내가 만들던가!

 

4. 관계 지속할 방법 연구가 필요

 

 아쉬웠던 것은 사람들끼리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픈채팅이라는 소통창구가 있지만, 너무 쉽게 날아가버릴 휘발성 연락처 같달까요. 인스타그램 정도야 교환할 수도 있을텐데 그런 것도 없었어요. 연락처를 교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거죠.

 

 소규모 번개나,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자주 만나면서 연락처를 교환해야할 듯 싶습니다. 아니면 철판 깔고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날은 영어로 생존하기 바빠서 아무 생각을 못했네요. 다음에는 꼭!

 

5. 부작용 - 스피킹과 리스닝에 대한 자신감 상승

 

 이런 일상 대화와 시험용 리스닝 스피킹은 상당히 다른 차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차오르는게 문제입니다... 덕에 아이엘츠 공부를 며칠 쉬어버렸네요!


 어찌됐든 신박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확실히 스피킹은 이런 환경에서 연습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도록 말이죠! 내 말이 먹힌다는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