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광명, 보우, 고성동 1가, 고성동 3가 기록과 회상
생각/고민, 후기, 느낀점

[기록] 광명, 보우, 고성동 1가, 고성동 3가 기록과 회상

 나는 어릴 적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외갓집은 보우아파트라는 곳에 있었는데, 우리 가족의 집인 광명아파트까지 단 하나의 담장만이 있는 가까운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봐야 내가 넘어갈 수도 없었지만, 왠지 모를 안정감이 들었다. 주말이면 가끔 집 앞에 나와 외할머니를 소리쳐 부르고, 당신께선 동네 사람들 뭐라하겠다며 다그치기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

 

 비록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이사를 오며 두 아파트는 가끔 가는 곳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보우아파트는 명절마다 친척들을 만나는 화합의 장소였으며, 광명아파트는 나를 향수에 젖게 만들어 글 하나 쯤 뚝딱 쓸 수 있게 만드는 곳이었다. 특히나 이전의 고성동은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꽤 낙후된 곳이라 오래된 가게들이 많고 조용했기 때문에 옛날 동네 감성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여름, 방학을 맞아 대구에 내려온 나는 자전거를 타고 고성동을 향했다. 그곳엔 거대한 가림막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년의 기억이 불과 몇 달만에 사라진 허탈감에, 다른 것들도 사라질까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사진이 일관되지 않은 사이즈들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찍어서 사진도 불안정하다. 오롯이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웬만하면 편집 없이 올렸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보우아파트 앞에 있던 주택들과 정말 자그마한 공원이다. 봄이면 예쁜 꽃들도 폈던 곳. 외할머니와 가끔 산책을 나와서 벤치에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보우 아파트 앞에 있던 골목
그 골목에 있던 골목식당

 가끔 외할머니는 골목식당에서 동네 주민분들과 담소를 나누시느라 나오질 않으셨다. 어릴 때와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가게 모습.

다행히 살아있는 약국
가본 적 없는 곳

 이 동네에서 거의 유일한 붉은색 벽돌 건물. 그 자체로 세월을 증명하는 듯 했다.

 

어릴 적 다니던 학원

 어릴 적 다니던 미술학원. 원래는 2층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다. 형은 음악을, 나는 미술을 배웠다. 가끔 학원에 있기 싫은 날이면 2층에 형을 찾아가곤 했던 것 같다. 1층에는 중국집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성동 강남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초원사진관도 명함을 못내밀 듯한 우리 동네 '강남사진관'. 빛이 바랜 간판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수많은 가족사진들 속 사람들은 모두 잘 계시려나?

 

고성동 홈마트 인근

 어릴 적 형의 친구가 살던 골목길. 한눈에 봐도 오래된 골목이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들과 대조를 이룬다.

 

대구실내빙상장 주변

 대구실내빙상장은 당연히 지금도 있다. 단, 시민운동장이 새롭게 개편되면서 주차장이 사라지고 건물이 훨씬 깔끔해졌다. 인근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필수 코스. 나도 매년 갔다.

 

시민운동장 주변

 낡아버린 레스토랑 간판과 사라진 태권도 도장. 하늘이 두쪽났는지 한쪽은 정말 흐리고, 한쪽은 정말 맑은 날이었다.

 

 할머니 따라 이쪽으로 올 때마다 꼭 들렸던 분식집. 나도 가서 오뎅 하나 먹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가볍게 소주 걸치시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정겹다.

 

따뜻한 가게이름

 외할머니 따라 자주 왔던 곳들. 그때와 지금이 같은 가게인지는 모른다. 영화 국제시장의 '꽃분이네'처럼, 아들딸 이름을 따서 지은 듯한 가게 이름들이 인상적이고 따뜻하다. 피카츄 돈까스 먹던 분식집은 사라진 것 같았다.

 

아이들 모이는 그곳이 바로 놀이터

 바둑학원 셔틀을 타면 꼭 들렸던 고성아파트 내부의 구조물. 아마 설비실로 가는 통로일 것 같다. 아이들이 매번 저기 위에 올라가면서 놀고, 셔틀 기다리고 그랬다.

 

김종서 내과

 7살과 8살, 2년 연속으로 폐렴을 진단받았던 김종서 내과. 아무 것도 모른 채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엄마에게 뛰어가 "엄마 나 폐렴이래!" 했다가 잔뜩 혼났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자리를 살짝 옮긴 수정약국에선 온장고에서 대추차를 매번 꺼내먹었는데, 약사님이 귀엽다고 가끔 공짜로 주기도 했다.

 

고성아파트 건너

 예전에 페북에서 한창 유명했던 고성동 떡볶이. 건물과 간판에서부터 맛집의 향기가 솔솔 나지 않는가.

 

오래된 아동복 가게

이제부턴 그 당시에도 아직 재개발에 들어가지 않았던 고성동 1가의 모습들이다.

 

내 키와 비슷했던 건물 높이

 한 눈에 봐도 정말 오래되고 좁은 골목. 오징어게임의 옛날 골목보다 더 좁고 낙후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노란색 평상, 닫혀있던 슈퍼마켓
정내미가 넘치는 골목

 골목에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보니 풍성한 감나무가 보였다. 그 아래에서 아주머니들이 다리가 없는 평상을 깔고 과일을 드시고 계셨다. 기분좋게 골목을 채우는 웃음소리. 이 분들 뿐만 아니라, 골목골목 다니다 보면 한 집에 모여 대문을 열곤 부채질하며 수다떠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동네는 옆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 수 있을 만큼 소리가 잘 들렸다. 워낙 조용한 동네에, 방음도 잘 안되는 탓이다. 어쨋건 이방인 입장에선 훈훈하고 듣기 좋았다.

 

연탄판매원 연락처. 프라이버시는 존중~

 나는 사실 연탄 쓰는 모습을 식당에서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신기해서 찍어봤다.

 

요즘보다 순수했던 그 시절 욕
수풀로 가득찬 담장. 사이로 고개내민 태극기.
태극기 달린 집 아래 놓인 오브제들
시간이 맞춰져있던 시계

 넝쿨이 감싼 담장에는 태극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니 주황색 대문이 보였고, 아래엔 예쁘장한 오브제들이 놓여있었다. 걸려있던 파란색 시계가 인상적이었는데, 뜻밖에도 시간이 맞았다. 골목 행인들을 위한 배려일까. 따뜻했다.

 

정보 보호!
안타까웠다.

많이 낙후된 만큼 빈 집도 꽤나 있었다. 안내문과 경고문이 붙은 이유는 모른다.

 

오른쪽에 재개발 안내문이 보인다
버려진 그림일기

 버려진 액자 속 그림일기는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가족들이 그려진 모습과 아이가 그린걸 액자에 넣어서 걸어뒀을 그 마음이 너무 아려서 찍었다. 미디어를 통해 각인된 이미지만 버린다면 정말 좋게볼 수 있는 사진.

청주이용소

 무늬가 그려진 벽돌과 창문에 놓은 화분이 잘 어울렸다. 이용소라는 말을 오랜만에 본다.

 

이름 없는 미용실

같은 동네의 간판 없는 미용실. 회전간판은 안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황대문

 통로 같이 둘러싼 나뭇가지들이 인상적이었던 집. 벌레가 많을 것 같기도...

명상 비디오

 신기한 구조의 건물과 가게. 아마 이 동네 부모님들의 최대 적이었지 않았을까?


 

 하루는 보우아파트의 모습이 그리워 구글에 검색을 했는데 단 하나의 사진도 나오지 않았다. 문득 재개발로 사라지는 동네들을 찾아가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 동네도 깔끔하게 볼 수 있는 네이버 거리뷰도 정말 좋지만, 차가 못들어가는 골목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기록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말이다.

 

P.S. 유일하게 찾아낸 블로그를 소개하고 싶다.

 

 

고성동에 존재했던 광명아파트와 보우아파트1

대구 북구 고성동3가에는 1980년대에 지은 아파트가 많다. 이제는 과거이자 역사가 된 광명아파트와 보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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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들을 찍었을 당시엔 이미 가림막이 쳐져있어 제일 많은 추억이 깃든 장소들은 찍지 못했다. 그래도 고성동 3가는 거리뷰에 잘 남겨져 있어 다행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거리뷰로 추억을 한번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