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계과 감성쟁이입니다.
얼마 전, 알바몬 이력서를 공개로 돌려놨더니 까르띠에 웰컴가드 연락이 들어와서 다녀왔습니다.
후기 출발!
* 매장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들다.
군대에서 이미 깨달은 사실이지만 가만히 서있는 것도 정말 힘듭니다. 특히, 아무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 힘듭니다. 주변에서 아무런 자극이 오지 않으니 온 신경은 아려오는 다리와 허리에 집중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고통에 집중하는 일은 시간이 더 가지 않도록 만들죠.
수능이 끝나고 다른 백화점 카페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일반 직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앉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백화점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체크하기도 하고요. 이건 단연 가드의 단점이 아니라, 백화점 알바의 단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드 하면서 보이는 화장품 매장들의 직원분들도 모두 서있으시거든요. 앉을 수 있는 곳은 직원 휴게실 밖에 없어요.
2.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힘들다.
제가 일했던 매장은 비교적 손님이 적은 곳이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매장 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고객분들에게 문자를 돌려 방문인원을 최소화했죠. 저는 그러면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걸을 일도 없고, 말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휴대폰을 만지거나 앉을 수도 없으니 제발 손님 좀 오라면서 기도했어요.
오늘의 교훈 : 알바는 적당히 바빠야 좋다.
3. 신기한 손님과 업체 목격 후기
A. 상품권 대량판매 배달
고객님이 들어와서 제품을 선택하고 상담 중이셨는데 매장 입구에 힙색을 맨 남성분이 도착합니다. 아무리 봐도 백화점에 쇼핑하러 온 분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전화를 하시더니 도착했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자 매장 내에 있던 고객님이 나오셔서 약 380만원 가량의 상품권을 구매했습니다.
신기했죠. 힙쌕에서 380만원치 상품권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배달까지 오는게요. 문득 백화점 상품권을 어디서 싸게 구해와서 마진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B. 특수화물 업체
방탄조끼 같은걸 입으신 분들이 돈다발이라도 가득 들어있을 것 같은 투박한 검은 가방을 들고 매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익숙한 일인지 자연스러운 모습. 직원분들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몇몇 서류를 작성합니다. 매장 직원은 제품들을 포장하여 상자에 넣습니다.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택배도 보안성이 있는 업체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 조끼에 적혀있는 업체를 검색해보니 위의 업체가 나오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직업과 회사가 있는 것 같아요.
C. 신기한 손님들
이 추운 겨울 날에 스누피 주인공이 마구 그려진 핑크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아디다스 니삭스를 신은 손님이 룰루랄라 들어옵니다. 대학가요제의 Ex가 생각나는 모습이었어요. 진열대를 1초 만에 훑고선
"이거 하나 주세요"
길어봐야 3분 만에 수백만 ~ 수천만원이 지불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모릅니다만, 이래서 VIP, VIP 하는구나 싶었어요.
D. 웨이팅이 어떻든 VIP가 최고
무슨 이유에선지, 매장 내의 직원들은 항상 바빠보였습니다. 코로나라 그런지 온라인 주문이 많은가봐요. 매번 바코드를 찍고, 메일을 보내고... 그러다보니 웨이팅 손님들은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VIP들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와도 웃으면서 반겨주더라구요. 매니저님 이름은 기본이고, "여긴 누가 하고 있었지? 아~ (이름) 매니저~" 하면서 매장마다 누가 있는지 아시는 듯한 사람도 있었어요. 근데 그 분들 결제하시는 것 보면 "아 이래서 VIP를 모시는구나" 싶습니다. 시원시원해요.
일 시작하기 전에 "그런 곳 가면 갑질 당하고 그런거 아니냐"라는 걱정을 여러번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착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빠요. 돈이 많은 건 분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