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 웰빙, 힐링, 욜로 그리고 Hysterical Strength
생각/고민, 후기, 느낀점

[궤변] 웰빙, 힐링, 욜로 그리고 Hysterical Strength

 

Hysterical Strength
: 인간이 극한상황에 달했을 때에 발휘하는 평소의 한계를 벗어난 신체능력을 지칭하는 말.

 

 시작은 웰빙(Well-being)이었다. '육체적 ·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른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 즉 '잘 먹고 잘 살자'는 2000년대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성장 시대, IMF 사태를 지나오며 몸도 마음도 상해버린 스스로를 관리하자는 생각 아래 건강식품, 주기적인 운동 같은 것들이 유행을 타고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자기관리가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들 마음 곳곳에 희망이란게 있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그 뒤는 힐링(Healing)이 유행했다. 2010년대 초반 쯤부터로 기억한다. 미디어들은 연일 힐링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생산해냈다. 한마디로 '힐링 열풍'. 우리가 흔히 아는 SBS의 힐링캠프도 그때 쯤 생겨났다. 대한민국 특유의 악랄한 노동강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침체된 경기에 못배긴 사람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위로가 당연히 필요했으니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들을 통해 대한민국은 자신과 서로를 위로했다. 이 흐름에 가장 알맞는 강연자는 단연 김제동이었다.

 

 2017년 쯤부터는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가 뜨기 시작했다. 원인은 비슷했다. 당시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오르는 집 값 등 온갖 부담이 20 · 30대 젊은층을 압박했고, 이게 터져나온 것이다. 욜로의 핵심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옛날에 유행했던 웰빙은 '잘 살자'이었고, 힐링은 '회복하자' 였는데, 욜로는 '오늘만 살자'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 말이 처음 나왔을 땐 카르페디엠 같은 말이었을지 모르나, 이렇게 좋은 문구를 유수의 마케터들이 놓칠 리가 없었고 사람들은 트렌드에 휘말려 과소비를 시작했다.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어려운 시기인 만큼 베스트 셀러에는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와 같은 위로를 주는 에세이들이 올라왔다. 힐링 열풍이 불었을 때와 같은 양상이다.

 

 지금은 2020년대 초반이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우리의 피부를 파고들고 있다. 상처가 쉽게 아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지금이 2010년대 초반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사람들은 더 이상 무차별적인 위로를 원하지 않는다. 그 예로, 최근 들어 김제동과 서장훈, 정형돈의 과거 강연 영상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이 반응이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김제동의 강연은 대체로 부정적이고, 서장훈이나 정형돈의 영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상황은 더 어려워졌는데, 사람들은 위로 받길 거부하고 스스로에게 다시금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Hysterical Strength'로 본다.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된 이후엔 끔찍한 후유증만이 남으리라. 정신과 약을 먹는 사람들이 왜 많아졌는지, 자살율은 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일하려고 먹고, 먹을려고 일하면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야하는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잘 먹고 잘 살려고 했는데, 결국 자신을 위로해야 했고, 기어이 현재만을 생각하게된 현실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