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계과 감성쟁이입니다.
최근 고등학생 멘토링을 두 번 진행했어요. 그에 따른 후기를 작성합니다.
1. 동작구청 고등학생 멘토링
첫번째는 동작구청 멘토링이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홍보대사 '중앙사랑' 지인의 부탁을 받아 홍보대사 신분으로 기계공학부를 홍보했습니다. 기계공학부는 어느 학교에나 있는 전공이니까,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만의 장점을 부각시켜달라고 홍보대사분께서 전달주셨습니다. 멘토링 자체도 학교 공식 홍보대사인 중앙사랑의 신분으로 진행한거라, 골머리를 조금 썩혔네요.
멘토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를 담당해주시던 홍보대사님의 판단으로는요.
이 멘토링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저는 단연 비대면 교육이라는 것을 뽑고 싶습니다. 멘토링은 세부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교육이 아닙니다. 진로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때로는 재밌는 이야기들로 큰 그림을 그려주는 교육이죠. 학생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서 동기를 부여 받거나,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꺼내는 것을 꺼리는 한국사회 특성 상, 선생님과 학생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쉬운 일이 아니죠. 비대면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실제로 만나는 사람과, 화면으로 만나는 사람의 심리적 거리감과 친밀도 차이는 비교도 할 수 없겠죠. 줌을 통해 얘기하니 생동감이 적고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질문도 유독 적은 듯 했습니다. 교수님들이 강의 영상을 찍을 때 어떤 기분일지 잠시 궁금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였습니다.
생각보다 비싼 밥을 얻어 먹었습니다. 미역국이 특히 맛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담당해주시던 홍보대사님은 우연히도 회장님이셨습니다. 말씀을 되게 잘하셔서 긴장도 풀리고 밥도 맛있게 같이 먹었네요. 이리저리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이었는데,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고등학교 진로진학 캠프
최근에는 모교에서 '진로진학캠프'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멘토링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말 그대로 수업을 했거든요. 학생들을 모집하는 방법부터 달랐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학생 멘토들이 자신이 수업할 전공관련 지식을 제출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의 수업을 신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의예과는 해부학을 수업하고 경영학과는 회계재무를 수업하는거죠.
저는 기계공학부로써 '골프공과 비행기 날개에 대한 유체역학적 분석'과 '반도체 생산공정 개요'에 대해서 수업했습니다. 40장이 넘는 수업 자료를 만들면서 학생들이 이걸 이해할까 싶어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정했네요. 19명의 수강인원 중, 절반 이상이 1학년이라 물리 지식도 없어서 더욱 난감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의지를 가지고 따라와줘서 좋았어요.
모교 멘토링에서 느낀 점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학생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두 시간을 수업하고, 남은 두 시간은 심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토록 하였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이 친구들이 평소에 알아보고 있는 것들이 막 나오는겁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란게 '페르미-미랙 분포', '통계역학', '나비에-스톡스 방정식'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깊게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봤다는게 상당한 충격이었네요. 심지어 1,2학년 친구들이 말입니다.
두번째는 학생 문화의 변화입니다. 야간자율학습이나, 두발, 교복 등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제한이 천차만별인데요, 대구는 아무래도 교육에 있어 보수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5년 전 졸업까지만 해도 공부할 때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5명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네요. 전염병, 입시제도와 같은 시대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다들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리로스쿨이라는 플랫폼도 알게 되었구요.
세번째는 다리가 너무 아픕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던게 떠오르더군요... 어떻게 버티시는 겁니까... 이건 스쿼트로도 안될 것 같던데
3. 공통적으로 이야기 한 것
두 번의 멘토링에서, 공통적으로 채용시장의 변화에 대해서 말해주었습니다. 취업률을 생각하고 기계공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죠. 제 멘토링을 들은 학생들 중에서도 있었고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RND만이 상승하는 것을 보여주며, 대학원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해줬어요. 악마 같나요...?
그러면서 취업을 잘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세상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해줬습니다. 기계공학과가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10년, 20년 뒤에 잘나갈 기술을 한번 생각해보는 걸 추천했습니다. 실제로 덫을 미리 쳐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법이죠. 공학은 경제성을 포함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공학도라면 세상 변화에 민감하기도 해야하구요.
멘토링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이 떠올라 글을 쓰고 있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져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선생님의 매력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후배들을 보고 추억을 되짚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