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
"선생님 이제 이런 글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사람들이 봐주지 않는다고요. 관중이 없는 영화가 썩어 문드러지 듯, 글 또한 사람들이 읽어야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었잖아요."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읽지 않느냐. 글을 읽고 쓰기에 훨씬 좋은 세상이 왔는데, 왜 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등단을 하지 않아도 세상 모두에게 내 글을 보여줄 수 있어."
"맞아요. 이제는 글을 읽고 쓰기에 훨씬 좋은 세상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글을 찾지 않아요. 그저 예술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과학을 위해 수학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 자체로 예술품이었던 시절은 지났어요. 사람들은 이제 상상을 싫어해요.
어제는 뉴스를 봤어요. 대한민국 문인 평균 소득이 월 153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선생님, 저희에게 무엇이 남아있죠?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도, 점점 사라질 거에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새벽마다 내 감정은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나를 덮쳤지. 혼자 사는 방 안에선 어디 얘기할 곳도 없었어. 지금도 달라진 건 없지만.
네가 말했 듯, 어쩌면 우린 돈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글 쓰는 일을 멈출 수는 없어. 이게 나의 전부야. 잡아먹힐 듯한 감정을 가공해 평생동안 작품을 만들어 왔지. 먼저 나서지 않으면, 잡아 먹힐 감정들로. 변하지 않아 도태되는 것보다, 살아남는게 우선이지 않겠니. 스스로를 죽이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