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후기, 스포일러] 오만과 편견을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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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스포일러] 오만과 편견을 봤(었)다

* 제가 읽은 것은 책입니다. 사진과 관련이 없어요!

2020.04.12

1.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지만, 사람은 모두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새로운 사람의 첫인상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단 3초의 시간. 그 사람의 모든 행동에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는 편견이 만들어지는 그 3초로 결정된다. 인상적인 자기소개를 준비하는 이유도, 이력서를 작성할 때 두괄식 진행을 선호하는 이유도, 소설의 첫 문장과 영화의 첫 장면이 중요한 이유도 좋은 편견을 남기기 위함이다.

2.

착한 사람을 만났을 때, 왠지 그 사람은 화목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을 것 같은 믿음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이처럼 편견은 개개인에게 종속되지 않고 퍼져나간다. 옆집에 사는 왕족이 평민인 우리보다 모든 방면에서 우월할 것이라는 편견은 시간이 흐를 때마다 쌓이고 확대되어 혈통이나 신분과 같은 단어들에 힘을 실어주었다. 퇴적물의 크기가 커질 수록 퇴적물이 자신 그 자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오만'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3.

제인 오스틴은 작 중 인물들을 통해 오만과 편견의 위험성에 대해 시사한다. 엘리자베스는 위컴에 대한 편견으로 다아시를 폄하하여 진실된 사랑을 잃을 뻔 했고, 제인은 빙리를 다아시의 오만으로 잃을 뻔 했다. 흔히 말하는 '콩깍지'처럼 인간관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과 결혼에서도 편견의 위험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특히나 결혼은 서로의 주위에 머무르는 수많은 사람들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편견은 복잡하게 얽혀서 덩굴처럼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4.

또한 그녀는 세상에 만연한 편견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비교적 하층민에 속하는 변호사 집안에도 인품 좋은 사람이 있고, 귀족 집안에도 짓궂고 오만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드너와 빙리 양을 통해 보여주며 신분에 대한 편견을 파괴한다. 위컴과 리디아의 결혼은 현실적인 제약도 진정한 사랑 앞에선 별 것 아니라는 이상을 제시한다. 즉, 그녀는 책을 넘어 현실에서의 편견을 파괴하고 이상을 제시하여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싶었던 것이다.

5.

매듭은 언젠가 풀린다. 풀리지 않으면 알렉산더 대왕처럼 자를 수도 있다. 우리를 묶고 있는 매듭 또한 마찬가지다. 그게 설령 스스로 묶은 것이라도 진실과 진심만 있다면 본질을 향할 수 있다. 그리하여 풀어낼 수 있다. 빙리의 진심이 제인의 진실을 알아보았을 때 사랑이 이루어졌듯이,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대하는 진심으로 스스로의 오만을 떨쳐내고 사랑을 일궈냈듯이.
오만과 편견이 아닌 진심과 본질. 이게 바로 제인 오스틴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