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스포일러] 너의 결혼식을 봤(었)다
생각/고민, 후기, 느낀점

[영화 후기, 스포일러] 너의 결혼식을 봤(었)다

 

2020. 03 .08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누군가와 같은 휴대폰을 쓴다거나,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것, 또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우연한 일로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은 그 관계에 비현실성을 부여하며, 그래서 더 특별하다. 물론 같은 것만이 특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한다거나,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당연한 일로 관계가 시작되지 못하더라도, 자석은 원래 같은 극이 아니라 다른 극끼리 만난다며 특별하게 느낀다.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한다.

 

 수많은 첫사랑 영화들을 보며 왜 그리들 클리셰 덩어리들을 만들어낼까 생각했다. 황우연이 환승희를 대학 표지에서 찾아내고, 환승희가 키스 바로 직전에 고개를 숙이고, 마지막엔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당연한 그림을 대체 왜 그려냈을까.

 

 아이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다. 그 시간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말미암아 우리의 비현실적 특별함은 현실적 사소함이 되고, 그것은 반복되어 진부함이 된다. 그래서 황우연과 환승희에게 클리셰란 특별함이다. 처음겪는 클리셰는 클리셰가 아니기에 그들에겐 행복함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것 아닐까.

 

 영화관을 나오면서, 특별함이 클리셰가 되어버린, 그래서 다음 장면이 무엇일지 보이는 나의 삶에 씁쓸한 자각을 던졌다. 유독 그 날따라 날씨가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