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초에 다녀오려다 미뤘던 중국 여행을, 정말 갑작스럽게 다녀왔습니다.

첫인상.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 근데 이제 사람 냄새를 곁들인
지하철 역을 나와 처음 마주한 상해는 너무도 깔끔하고 넓었습니다. 역시 대륙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토바이와 차가 정말 많았지만, 대부분 전기구동이었습니다. 오토바이가 많아 아찔한 교통상황이 아찔하지만 운전자들은 경적도 누르지 않았죠. 저 멀리 수많은 마천루들이 보이고, 비싼차들이 슝슝 지나갔습니다.
한편, 호텔 옆에는 빨래가 밖에 널어져있는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건너편에는 아파트 1층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죠. 동네 슈퍼와 가게들이 옛날 한국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사람 냄새였습니다.

단점 1. 중국의 역사와 전통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는 도시
제 여행은 보통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다닌 후, 로컬에서 문화를 경험하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상해는 이런 여행 스타일과 어느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상해 자체가 발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첫 날 보았던 '예원'은 여행 간 보았던 거의 유일한 중국 전통 건축물이었습니다. 예원 자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30분 정도 멍을 때렸는데, 풍경과 Ylang Ylang 이 녹아들 듯 아름다웠습니다.

단점 2. 언어 장벽
상해에 국한되지 않은 '중국여행'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면 ,영어 병기가 거의 없습니다. 시민들도 영어에 익숙치 않으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큽니다. 중요한 상황엔 파파고를 활용하면 되지만, 여행의 순간순간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검색도 못합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중국어를 복붙해야합니다.
언어는 기억의 문제로도 다가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재밌는 광경을 보아도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을 기록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여행갈 때 여행지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타입은 아닌데, 중국은 꽤 공부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점 1. 걷는게 행복했던 도시
우연히 날씨가 너무 좋았던 기간이었습니다. 낮에는 반팔, 저녁엔 가디건 하나 걸치면 되는 날씨였으니까요. 그래서 많이 걸어다녔는데, 상해의 도시 경관이 걷기에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물마다 개성이 확실해서 눈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근대 석조 건물들은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60-70년대의 아파트들은 사람 냄새를 풍겼습니다. 대륙답게 너무 갑갑하지 않은 도시 경관에 심적 여유가 얼마나 생겼는지 모릅니다.






장점 2. 다양한 음식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 저렴한 물가
중국인이 평생 못이뤄보는 3가지 소원 중 하나는 '중국 음식을 다 먹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런저런 지역 음식 식당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들이 추구하는 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만족할만한 여행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안에서 본인의 취향을 찾는다면, 아마 다음 여행지를 꿈꿀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이 장점을 뒷받침하는 것이 물가입니다. 빈부격차가 심각한 도시답게 싸게 먹으려면 얼마든지 싸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는 호텔 건너편에서 3천원짜리 훈툰을 4일 간 3번이나 사먹었습니다. 이런 로컬 식당들의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상해는 중국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한국보다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신기했던 점
1. 너무도 편리한 알리페이
알리페이로 모든게 움직입니다. 버스, 지하철, 자전거, 택시, 식당 결제, 배달 등등. 그리고 정말 빠릅니다. 개인정보 유출이 두려우시다구요? 그러면 중국 여행은 불가능합니다...
2. 황금방패는 실제했다.
호텔 와이파이로는 카톡도, 네이버도, 구글도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것들만 접속이 잘 되덥니다. 중국 내수 경제 규모가 워낙 크고, 알리페이 같은 것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소시민에게 외국 문물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식당에 외부음식 반입 + 배달까지?
볶음밥 식당에 갔는데 마라탕을 먹고싶다? 배달시켜버립니다... 직원들이 아무 말도 안합니다. 밖에서 음료수 사와서 먹기도 합니다. 식당마다 다르지만 담배도 핍니다. (이건 아마 들어보셨을지도...)
기타 팁
1. 위챗과 알리페이, 바이두맵 정도는 다운받아 가세요.
2. 사람들은 되게 친절합니다.
3. 로컬식당 방문 시 위생은 어느정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4. 비행기 타고 한시간 반이면 도착합니다. 노선도 많으니 4일 정도 연휴가 있다면 쉽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결론. 한번 쯤은 꼭 가봐야하는 도시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중국은 어떤 곳인가요? 공안에 의해 철저히 통제당하는 회색의 도시? 항상 제품의 진품 여부를 따져봐야하는 나라? 저는 중국이 엄청난 대국이며,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편견이 머리 아닌 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중국은 (적어도 상해는) 편견과 전혀 다른 곳이란 걸 배웠습니다. 역시 미디어는 극히 일부만을 비추고, 결국 세상은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대륙 국가 특유의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져 너무 좋았던 상해를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S : 또 가고 싶은 여행지 2위... 1위는 단연코 인도입니다 하하.
P.S 2 : 글 쓰라고 말해준 Mary에게 고마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