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 나는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언제 느끼고, 어떻게 극복하는가?
생각/잡문집

[궤변] 나는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언제 느끼고, 어떻게 극복하는가?


근 1~2주 간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는 이 맘 때 쯤에 자주 겪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 완전히 극복한 상태도 아닙니다. 무기력이 그리 쉽게 극복되는 것이었으면, 애초에 무기력이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안타깝게도 심지어 저는 무기력하면 무기력해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언제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극복하는지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나는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언제 느끼는가?


우선 무기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사실 이건 저도 잘 모릅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불규칙적이지만 항상 이 맘 때 쯤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던 듯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건 날씨 때문인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저는 항상 여름은 에어컨 속에서 살아왔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0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 기숙사까지 항상 에어컨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1,2학년 때는 강의실, 동아리방, 기숙사, 자취방까지 시원하다 못해 추웠고요.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무기력함을 느낄 새도 없지만 시원한 공기는 충분합니다. 열사병은 비전투손실의 원인 중 하나이니까요.

그런데 전역을 하고 나니 비대면 수업을 해버립니다. 저는 졸지에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에어컨에 전기세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아쉽게도 저희 부모님은 아닙니다. 요금 폭탄에 대한 실제 그 이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눈치를 봅니다. 뿐만 아니라, 제 방은 에어컨이 없고 환기도 잘 되지 않아서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도 덥습니다. 6~7년간 에어컨 속에서 살아온 저에게 찾아온 지속적인 더위. 이게 제가 생각한 무기력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번아웃입니다. 열심히는 사는데 잘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때 무기력해집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한 기분이 들 때 말이죠. 자존감과 함께 의욕이 바닥을 칩니다.

스트레스도 한번 생각해봅시다. 인간은 다양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른 양만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시받는 느낌이 들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실망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어느 지인은 타인이 자신의 잣대를 본인에게 들이댈 때라고도 했습니다. 당신은 언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요? 저는 언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요?

최근엔 노동의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내가 이 시간에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인거죠. 뭔가 의미없어 보이는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하는건 아닙니다. 제가 그 일의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그 일을 해내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일 수도 있죠. 하지만 아무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저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전 직장동료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분의 직장선택 기준을 재미 삼아 아래에 적어봅니다.

1. 돈을 많이 준다.
2.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3.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된다.
직장은 셋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한다.


함부로 타인의 삶이나 행동에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사람에게서도 스트레스를 유독 많이 받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지 않는 편입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주의랄까요. 이런 성향은 때때로 특이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 어딜가나 남들과 다른거 못봐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은 그 성향이 더 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내가 내 삶 살겠다는데 왜 당신이 참견이야. 내가 피해줬어? 당신이 투자했어?"

스스로에게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착실히 하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었던 목표를 안일하게 생각해 못 이루는 경우입니다. 입대 전에 응시했던 두 번의 토익 중 첫번째와 작년 여름에 여러번 응시했던 한자 3급이 그 예입니다. 첫번째 토익은 빛바랜 수능 영어 1등급만 믿었다가 775점을 받아 5점 차이로 카투사 응시 자격에 미달되었습니다. 한자는 남들이 일주일 만에 딴다고해서 손 놓고 있다가 3번 만에 성공했습니다. 3주는 소요되었습니다. 첫 기회에서 쓴 맛을 보고서야, 스트레스 받으며 발등에 불 떨어진 기분으로 다음 기회를 붙잡죠.

이 외에도 겪어보지 못한 이슈가 발생하거나,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을 때, 내로남불, 감정조절 불가, 무논리, 무책임은 당연한거죠. 이 경우들은 저만 그런건 아닐테니 대충 넘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적고보니 인간이 참 간사하네요. 스스로에게 받는 스트레스보다, 타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어쩌면 저는 괜찮다고 생각한 행동에 타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내가 준 스트레스가 다시 나에게 넘어오는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제로섬 게임은 아닙니다.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배출했다고 해서, 내 스트레스가 0이 되는건 아니니까요. 사람을 거치면 거칠수록 스트레스의 절대량은 늘어납니다. 즉,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순간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방법이 필요한 겁니다.

나는 무엇으로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가?


원인이 무엇이든 한번 시작된 무기력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뒤늦게 무기력이 왔음을 깨닫고 에어컨의 파워냉방 앞에서 기도하며 서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저는 무작정 누워있기 시작합니다. 휴대폰을 들어 유튜브를 켭니다. 평소에 자주 보는 다큐나 지식 채널들이 재미가 없습니다. 자극적인 영상들도 잠시 즐거울 뿐입니다. 글을 쓰려해도 생각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게 느껴집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하는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든, 글을 쓰든, 게임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말입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나름 파격적인 일들을 시도해왔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스무살 때부터 고민했던 피어싱을 했습니다. 일탈을 저지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외관에 영구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꽤 오랫동안 신선한 일이었고,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밖에 나가기 시작하며 무기력이 어느정도 극복되었습니다. 뭔가 과업이 필요하단 생각에 공모전을 찾다보니 5개월 짜리 프로젝트도 하게 되었죠. 올해 초에는 구매대행 사업을 시작했고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무기력을 이겨내고 도전할 만큼 신선하고 파격적인 일을 찾는게 무기력 극복법이 되겠군요. 세상 만사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흥미를 찾는다... 어렵긴 하네요. 하지만 무기력이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일을 개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네요. 이번 무기력에는 맥도날드 포스터와 이력서 페이지를 만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종강 시즌이 다가오고, 많은 친구들이 고향에 내려와 오랜만에 만나자는 말에 친구와 알코올로 지나간 듯 합니다. 그래도 분명히 끌리는 일이므로 꼭 이뤄내보겠습니다...!

스트레스는 무기력과 다르게 일상적으로 겪는 일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것으로 극복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취미생활이겠죠. 제 취미는 꽤 많습니다. 글 쓰고, 기타 치고, 사진 찍고, 복싱, 농구, 친구들 만나서 술먹기(...), 영화보기 등등이 있네요. 정말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술입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여서 자제를 하는 편이고요, 복싱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운동만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게 없죠. 심지어 때릴 수 있는 샌드백까지! 어떤 일을 상상하며 샌드백을 치는 일은 못됐으면서도 통쾌한 일입니다. 혼자 영화 보고, 기타치고, 노래부르고, 코인노래방도 갑니다. 현대문명의 맛!

글 쓰는 것도 좋습니다. 몰입하여 글을 쓰고 나면 성취감에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듭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감정이나 상황을 깊게 생각하게 되어 원인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지기도 하고요. 여행이나 축제, 전시회를 가는 것도 좋아요. 신선한 것들은 항상 저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니까요.

이렇게 적고보니 되게 많군요. 어제 만난 지인이 제 사주가 'Specialist'가 아니라 'Generalist'라던데. 정말 그럴지도...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대해 자꾸 생각하다보니, 상상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글 쓰는데 상당히 오래걸렸습니다. 예상보다 글이 훨씬 길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쪼록, 좋좋소의 정이사로 알려진 조보비님만큼 '취미는 또 다른 나의 일' 까지는 아니여도, 건강한 취미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