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닉값에 맞는 글을 처음 적어보네요.
공부하기가 싫어
동기부여용 영화로 파운더 (The Founder)를 봤는데,
본연의 목적 보다 좀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써볼려구요.
1. 맥도날드의 스피디 시스템, 그리고 미래
1.
맥도날드 형제가 개발한 스피디 시스템은
효율을 최우선으로, 시간 감축, 동선 감소, 분업을 이루어 낸다.
이걸 보면서 맥도날드라는 '공장'에서 직원이라는 '로봇'이 햄버거를 만드는 것 같았다.
사실상 인간의 자동화다.
최적의 동선과 최단시간, 항상 같은 레시피를 생각했을 때,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은 로봇으로 대체하기 가장 좋은 요식업 부류이다.
그래서 맥도날드는 조리 과정을 가장 먼저 로봇으로 대체할 기업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기업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후발주자를 자처할 수도 있다.
2.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스피디 시스템은 사람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젠 사람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뽑을 수 있는 일은 적다.
많은 일들은 기술을 통해 해결되는데,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 수록 일반인은 점점 그에 다가가기 힘들다.
3.
지금도 정말 좋은 기술들은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 기술들을 가진 기업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의 자본은 연구개발을 촉진한다.
4.
연구개발은 더 높은 차이를 낳아 기업의 독주를 만든다.
기업의 독주는 국가의 차이를 만든다.
따라서, 국가는 자신들의 기술 개발과 보안에 집중하고
이것은 국가간의 싸움으로 이어지며, 국가 단위의 기술 개발을 시작한다.
(국가적 스케일의 자본이 필요한 연구들)
나는 최근 들어 이 싸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2. 목소리와 어조의 중요성
1.
파운더의 첫 장면은 레이 크록의 멀티믹서 영업 멘트로 시작한다.
클로즈업, 수평구도, 독백으로 진행되는 이 장면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적당한 울림과 속도, 음의 높이, 강약 조절의 조화가 아닐 듯 싶다.
하지만 그의 반언어적 표현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맥도날드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그의 목소리와 어조는 쏘는 듯하고, 음이 높아졌으며, 울림이 줄어들었고, 빨라졌다.
이때, 강약조절은 이러한 결점들을 돋구어주고 있었다. 어휘는 말할 것도 없다.
2.
나는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뷰티인사이드(드라마)의 '서도재'처럼
특이한 어조를 구사하는 캐릭터들을 오래 기억한다.
이렇듯 사람의 말하기란 이미지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이 어떤 물결이 되어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맨날 유튜브 보면서 스트리머들 따라하던 나를 반성했다.
3. 레이 크록의 몰입과 괴짜성
1.
세상은 오타쿠가 바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자기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므로, 끊임없이 파고들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사업을 시작한 후로,
어딜가나 자나깨나 사업을 생각한다.
나중에는 가정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괴짜성이 들어나는 부분.
개인적으로는 어떻든, 이런식으로 몰입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기에,
기업들이 자기소개서에 몰입과 관련된 경험을 적으라고 하나보다.
2.
나는 무언가에 빠져 소위 '덕질'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운데,
나에겐 '시간 날 때 마다 무조건 이걸 해야지!'하는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옛날부터 비행기를 좋아해서 공항 주변에 찾아가 민항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차를 좋아해서 다짜고짜 튜닝샵에 가서 일을 시켜달라했고, 몸을 바쳐가며 학업과 병행했다.
결과물로 남는 스펙과 커리어 이전에,
이렇게 무언가에 진득히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 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봐야지.
4. 불륜, 이혼
이건 좀 의문인데,
왜 이런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불륜 이야기가 많이 나올까?
스티븐 호킹도 불륜... 내 착각인가?
예상외로 긴장타게 만드는 전개였다.
5.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레이 크록
"사업은 전쟁이야. 이건 약육강식이라고. 내 경쟁자가 물에 빠지면 다가가서 입에다 호스를 넣는거라고."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전쟁에 뛰어들어 괴물 같은 경쟁자들을 상대하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레이 크록.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형인데
선한 인상의 배우를 캐스팅 해서 그런지 맥도날드 형제가 더 가엽게 느껴졌다.
휘황찬란한 자본주의의 그림자.
6. 우리는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1.
고등학교 물리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우리는 돈으로 시간과 공간을 사는거야"
나는 이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우리는 자동차를 사서 시간을 줄이고 공간을 넓히며
식당에 가서
종업원들의 시간과 식당의 공간을 산다.
2.
맥도날드와 함께 건강까지 뺏긴 형이
입원한 병원으로
레이 크록이 찾아와서는
백지수표를 건낸다.
형이 하는 말
"뭘 사는 거에요?"
3.
정말 그러면 안되지만
있어서도 안되는 일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자존심도, 생명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7. 영악함과 영리함
레이 크록은
영리한 것일까,
영악한 것일까?
영리 사업가는 둘 중 단 하나만 가질 수는 없을까?
8. 후기
전기영화답게 그냥 담백하게 흘러갔다.
그리 눈에 띄는 부분은 없어서
느낀 점만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