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한 이유와 방법
생각/고민, 후기, 느낀점

[마케팅]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한 이유와 방법

 

 어찌됐든 판단이란건 존재를 알아야할 수 있다. 어떤 재화를 판매하려면, 잠재 고객이 재화의 존재를 알아야한다. 여기에 마케팅의 핵심이 있다. 첫번째는 '내 재화의 존재를 알리는 것', 두번째는 '내 재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우리는 이 둘을 합쳐 광고라고 한다. 영상 속 속옷 아저씨는 큰 소리로 재화의 존재를 알리고 (첫번째), 관심을 갖는 고객에게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한다 (두번째).

 

 내가 이주공사에서 마케터로 일할 때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첫번째는 '사람들이 회사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 이건 흔한 문제일 수 있다. 두번째는 '경쟁사와 나의 회사에 실력 차이가 없다'는 것. 이주공사는 기본적으로 행정절차를 대신해주는 에이전시다. 만약 10곳의 이주공사가 모두 능력이 뛰어나다면, 10곳 모두 고객에게 같은 서비스 결과를 제공할 것이다.

 

 실력을 빼면 어떤 것들로 대행사를 결정할 수 있을까. 가격과 평판, 이미지 정도가 있다. 하지만 회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평판이 존재조차 않고, 가격도 싸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 이슈). 답은 하나였다. 이미지를 직접 구축하여 대중에게 홍보하는 것. 결국 PR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마케팅 비용을 선뜻 지불할 용의가 없었다. 어쩌면 대표님은 사업 확장의 욕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직원들의 등쌀에 밀린 것이었을지도...

 

 하지만 나는 답을 찾아야했다. 마케팅을 하지 않는 건, 내 포지션이 사라지는 일이었다. 즉, 내가 사라지는 일이었다.

 

1. 마케팅 타겟 설정하기

 

  이주공사의 주 업무는 이민/비자 관련 컨설팅 및 서류 대행, 비자 지원 가능 고용주 물색 등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주된 타겟은 '유학생(또는 예비), 워홀러, 이민 희망자'였다. 이는 타 이주공사와 크게 다를게 없다.

 

 여기서 하나가 더 추가된다. 바로 고용주다. 대부분의 이민프로그램들이 캐나다 내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공사들은 고용주들에게 이민희망자들을 소개시켜준다. 문제는 한국인 시장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너무 발달되어 있어 누구나 비자를 지원해줄 고용주를 쉽게 찾는다는 것. 그리고 그 고용주들은 보통 파트너 이주공사가 있다. 비자 지원해줄 때마다 시간 투자하기 귀찮으니, 내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이주공사에 알아서 하라고 던지는 것이다. 고용주는 편해서 좋고, 담당 이주공사는 가만히 돈 벌어서 좋고. 황금알을 넣는 거위를 찾지 않는 회사가 있을까.

 

2. 마케팅 방법 결정하기

마케팅 방법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a. 온라인 광고

 이주공사들은 주로 우벤유, 밴조선, 헬로밴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광고를 한다. 배너광고를 하든, 게시판을 하나 받든. 문제는 광고비고, 회사에서는 지불 의향이 없었다.

 

b. 유튜브

 다른 많은 이주공사들에서 유튜브를 하고 있다.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곳을 상대로 이길 수가 없었다.

 

c. 이민 세미나

 이민프로그램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이다. 당시에 워홀 관련 행사 를 매 주 진행하고 있었는데, 타겟을 한국인 전체로 바꾼다고 해서 참여율이 높아질 일은 없어보였다. 세미나 자체가 헤비하기 때문에 회사를 최대한 널리 알리는 데에도 문제가 있고, 지속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d. 네트워킹 파티

 '일단 사람들을 모으자'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말처럼. 그 때 마침 밴쿠버 KDD(한인 개발자 · 디자이너 모임)와 K-OKTA(한인세계무역협회) 등 모임의 영향을 받아 한번 기획하였다. 사람들을 모아놓고보면 거기엔 학생도, 고용주도, 워홀러도 있을테다. 이 행사가 성장한다면 나중에 "아~ 그 파티 주최하는 곳~" 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3. 네트워킹 파티 기획하기

 

* 꼭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하는 것만이 네트워킹 파티는 아니다. 아무 컨텐츠 없이 펍에 모여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네트워킹이다. 너무 완벽해야한단 생각에 시작조차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a. 참석대상 정하기

위 그래프는 실제 비율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네트워킹 파티는 사람이 전부인 행사이므로, 어떤 사람들이 참석하냐가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참석대상은 참여율을 높이고 모임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직업(개발자/마케터 등)이나 관심사(취미/운동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참석 대상의 구체성에 따른 참석율은 위 그래프와 같은 경향을 보인다. 만약 단순히 무작위 대중들을 모으는 것이라면, 기대 참석자수가 낮으므로 더욱 기획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b. 컨셉 잡기

 사람들을 네트워킹 파티에 끌어모으려면 '어떤 사람들이 네트워킹을 필요로 하는가'부터 생각해야한다. 친목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외로움이나 지루함, 새로운 커뮤니티에 대한 갈망 정도가 되겠다. 업무적인 방면에서 본다면 (잠재적) 협업자 찾기, 새로운 관점, 정보 습득 등이 가능하다.

 

 당신이 모으고자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자. 그들을 묶을 수 있는 공통된 니즈를 찾자. 그 니즈를 중심으로 기획하자. 개발자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한다고 가정하자. 개발자들은 재택근무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도 어느정도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집에만 있지 말고, 대문 열고 미래를 보자' 라는 컨셉으로도 갈 수 있다. 대상이 내성적이라고 가정한다면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이 있음을 강조할 수도 있다.

 

c. 콘텐츠 정하기

불편한 진실

 

 참석대상과 컨셉을 정했다면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생각하자. 몇 시간 진행할 지 생각하고,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네트워킹 시간 외에 들어가야할 것들이 보인다. 사전 준비, 입장 , 자기 소개 및 아이스 브레이킹, 쉬는 시간, 식사, 자유/그룹 네트워킹 ,경품 추첨, 인터뷰, 광고, 마무리 등이 있을 수 있다. 고민해야할 몇 가지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사전 준비 시간

  •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베뉴, 장비, 테이블 배치 등)
  • 어떤 장비를 사용할 것인가? (스피커, 프로젝터 등)
  • 발표자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입장 시간

  • 사람들에게 이름표를 제공할 것인가?
  • 제공한다면 어떤 내용들을 이름표에 담을 것인가? (그룹, 관심사, 추첨번호 등)
  • 어떤 BGM을 재생할 것인가?
  • 입장 시간 후 주최 측 소개를 할 것인가?
  • 팜플렛 등의 핸드아웃을 준비할 것인가?

자기소개 및 아이스 브레이킹

  • 자기소개 시간을 가질 것인가? (사람이 너무 많다면 무리)
  • 누가 진행할 것인가?
  • 아이스 브레이킹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각종 레크레이션, Kahoot, 빙고 등)

 자유/그룹 네트워킹 시간

  • 사람들을 그룹 별로 묶어서 진행할 것인가? or 제약 없이 진행할 것인가?
  • 그룹으로 진행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묶을 것인가? 그 기준은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구글폼 등)
  • 그룹을 중간에 변경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 그룹 당 몇 명으로, 테이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 원활한 네트워킹을 위해 어떤 것들을 제공할 것인가? (음식, 대화 주제, 보드 게임 등)

식사 시간

  • 어떤 메뉴를 제공할 것인가?
  • 식당에서 진행하는게 아니라면, 언제 픽업 또는 배달 받을 것인가?
  • 네트워킹과 식사를 같이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식사 시간을 따로 분류할 것인가?
  • 주류를 취급할 것인가? 취급 시 법이나 제도를 위반하지 않는가? (밴쿠버는 라이센스 및 사전 허가 필요)

광고 시간

  • 협찬을 받을 것인가? (혹은 받을 수 있는가?)
  • 협찬사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 주최도 홍보할 것인가?

경품 추첨

  • 어떤 경품을 준비할 것인가?
  •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참가자 기부, 운영진 기부, 예산으로 구매 등)
  • 어떻게 추첨할 것인가? (숫자 부여 후 프로그램 이용해서 추첨, 제비 뽑기 등)

d. 베뉴 정하기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베뉴가 있을까

 

 이제 무엇을 할 지 정했으니, 내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으면 된다. 당연히 찾다보면 콘텐츠를 수정할 수도 있다. 늘 이상과 현실은 타협해야하므로. 식당이나 파티룸을 째로 빌릴 수도 있다. 식당과 협의를 볼 수도 있다.

 

 한국이야 공간 공유 사업이 발달되었지만, 밴쿠버는 그렇지 않고 가격 또한 비쌌다. 그래서 커뮤니티 센터의 Multi-purpose room 을 이용했다. 비교적(...) 저렴하다. 구글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앰프, 프로젝터, 스크린, 마이크 등 장비를 빌릴 수 있다. 책상 배치도 요청할 수 있다. 렌트 비용과 서비스 비용 청구 여부는 센터마다 다르다. 주류를 제공할 경우 BC주 주류 라이센스가 필요하다는 점 참고. Coal Harbor 와 Creekside 쪽은 다운타운과 가까워서 인기가 많으니 주의. 한 달 전부터 예약 가능한 것으로 기억한다. 신청서 검토 후 담당자와 메일 컨택으로 예약을 확정한다.

 

e. 홍보 방법 정하기

 장소도, 무엇을 할 지도 정했으니 이제 사람을 모으는 일만 남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보하는 것이다. 자기가 타겟하는 대상들이 모이는 곳에 홍보하자. 문제는, 만약 마케팅 목적으로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한다면 상업성을 띄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대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상업적 홍보를 지양한다. 그러므로 참가비가 있다면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등 상업성이 없는 듯한 느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면 좋다. 참가자는 회사가 주최한다고 해서 반감 가지지말고 좋은 점만 가져가면 된다. 혹시 모를 반대여론에 주눅 들지말고, 스스로 당당할 만큼 행사의 퀄리티를 높이자.

 

 해외라면 MeetUp, 국내라면 소모임 같은 이벤트 어플에 등록해도 좋다. 최근에는 오픈카톡도 많이 이용하니 참고하자.

 

 홍보물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벤트에 맞게 디자인을 기획하자. 꼭 포스터 한 장이 전부가 아니여도 된다면, 기획의도와 콘텐츠, 시간표, 예상 질문 등을 적어주자. 일종의 제안서처럼.

 

f. 참가 신청 받기

 아무래도 참가 신청은 구글 폼이 제일 만만하다. 파티 기획은 끝났으므로 거기에 맞춰 폼을 작성하면 된다.

 

 나는 이름, 연락처, 이메일 주소, 종사 중인 산업, 관심사를 물어보았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참가비 입금 정보를 전송하였다. 입금이 확인되면 입금 확인 메일과 함께 행사 장소를 안내했다. 또, 노쇼 방지를 위해 사전 입금 및 환불 불가를 정확히 고지했다.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함께 동의도 받자. 다음 행사 관련 메일을 받겠다는 동의도 받으면 좋다.

 

g. 리마인드 및 팔로우업 (찾아오는 길 등)

 신청 모집 일자와 개최 날짜 간 텀이 길다면 높은 참석율을 위해 사람들에게 팔로우업 메일을 보내면 좋다. 리마인드 겸 행사 준비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변경된 사항은 없는지 등.

 

 본인은 베뉴 사전 답사 시 도보로 이동한 경로와 내부 사진을 찍어 활용했다. 노션으로 찾아오는 길 페이지를 만들어 쉐어했다. 밴쿠버라 왠지 이런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h. 개최

출처 : 매일경제

 

 마침내 대망의 날이다. 명함 잔뜩 준비해서 가자.

 

i.  종료 후 피드백 받기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행사를 위해 피드백을 받으면 좋다. 행사 간 QR코드를 공유한다거나, 종료 후 메일로 링크를 보내 피드백을 받아보자.

 


 

 이벤트를 기획해본 적이 없어 맨땅에서 시작한다고 고생을 좀 했다. 그래서 나 같은 초짜를 위해 이 글을 작성했다. 업무 상 진행한 일이라 정확한 예시를 들 수 없어 아쉬우나, 그런대로 만족한다. 혹시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메일이나 댓글로 질문을 보내주시길.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답변 드리겠다.

 

P.S.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트워킹 파티의 본질은 네트워킹 그 자체다. 가벼운 모임을 상상한다면 이 글처럼 본격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니 어렵게 생각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