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내가 가진 걸 준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
생각/잡문집

[수필] 내가 가진 걸 준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

 

 예전에 잠시 일했던 사진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 사무실을 옮기는데 노가다 좀 해줄 수 있냐고 합니다. 처음엔 이 날씨에 어떻게 하냐는 생각을 했지만, 예상한 짐의 무게와 합의본 시급이 마음에 들어서 한다고 했습니다.

 

 짐 옮기는 일은 아침 7시에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낯익은 장발 아저씨와 함께 짐을 날랐습니다. 다음 사무실로 모든 짐을 넣고 나니 8시 30분 쯤이 되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은 매우 힘들었지만, 3시간 30분은 실내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장발 아저씨는 이제 보니 목수셨습니다. 레일을 달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3시간 30분 동안 정비관 옆의 정비병처럼 가만히 서있다 작업도구들만 전달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하니 쏠쏠한 일당벌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장발 아저씨는 이전에 친구네 카페 겸 재즈바에서 뵌 적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아마 보조를 붙여주는 현장이 적기 때문에, 평소에 심심함이 묻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무엇이라도 하나 가르쳐주려고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레일을 다는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 조심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신기하지 않나요? 현장 기술자분들은 일당 잡부에게 웬만해선 기술을 안가르쳐 준다고 들었거든요. 귀찮고, 오늘 보고 말 사람인걸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보통 잡부들한테 기술 안가르쳐주지 않나요?"

 

제가 물었습니다.

 

"안가르쳐주는 사람들은 그거 하나 없으면 큰 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사실 그릇이 큰 사람들은 그거 하나 떼어줘도 별 영향 없거든요. 그리고 그거 하나 떼어주고 사람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만약 이 날 일을 조금 더 오래했더라면, 벽에 구멍 뚫는 일을 직접 해보게 도와줬을거라던 아저씨. 고마워요. 다음에 재즈바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