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해외구매대행 사업 도전기 - 11. 불량 제품을 수령한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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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해외구매대행 사업 도전기 - 11. 불량 제품을 수령한 고객

안녕하세요.

기계과 감성쟁이입니다.

 

요즘따라 새로운 일을 많이 겪네요.

오늘은 들어보기만 했던 불량 제품 발생 건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1. 초기불량 제품 수령 고객 등장


고객에서 문의가 왔습니다.

구매한 제품 (조이스틱 버튼)의 초기 불량 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수령해서 바로 장착해보니 스티커도 벗겨지고, 누르는 장력에 의해 이탈하네요. 4개 중 1개만 이렇습니다."

 

당황했습니다.

구매대행의 가장 큰 리스크인 초기 불량 건이 제 앞에 나타난 것이거든요.

 

우선, 어떤 상태인지 정확한 파악이 필요했습니다.

고객님께 메일로 영상과 구체적인 상황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죠.

 

 

2. 반품 비용 계산


이제 머리를 열심히 굴려 반품 비용을 계산해야합니다.

위 고객의 제품은 50g도 하지 않는 제품이라, 매우 저렴하게 배송비가 책정된다는 것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소싱처는 일본입니다.

 

1. 고객이 나에게 보내주는 배송비 : 3500원 (편의점 택배 기준)

2. 내가 배대지로 보내는 비용 : 4660원 (우체국 소형포장물 기준)

3. 배대지에서 판매 업체로 보내는 비용 : 660엔(약 7000원) + 수수료 발생

4. 판매 업체에서 배대지로 보내는 비용 : 660엔 (약 7000원)

5. 배대지에서 고객에게 보내는 비용 : 950엔 (약 10000원, 무검수 기준)

 

여기서 3,4번은 업체에서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약 18000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수수료 제외)

버튼 하나 당 마진이 1500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지러운 금액...

 

심지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2주가 넘는 시간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야하죠.

사실 이게 가장 큽니다.

 

가볍고 일본 출고 제품이라서 망정이지, 무겁거나 미국 출고면 더 비싸고 소요시간도 늘어납니다.

꾸역꾸역 보냈는데, 보내는 중에 보증 기간이 지나면요? 초기 불량 인정을 안해주면요?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어떡하죠?

 

3. 그런데 이거 초기 불량 맞나요?


조이스틱을 사용해본 지인들에게도 물어가며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진짜 초기 불량 맞아? 설치한 사람이 실수해서 부서진 거 아니야?'

 

실제로 많은 구매대행 업체들이 위와 같은 논리로 교환/환불을 막습니다.

그래서 모니터 같이 초기불량이 많은 제품들은 개봉 시 영상 촬영이 권유됩니다.

 

4. 보기 중 가장 옳은 것을 고르시오


이제 몇가지 선택지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a. 초기 불량을 인정하지 않는다.

  • 개봉 당시 영상이나 사진이 없으므로, 본사의 문제라고 확신할 수 없다.
  • 장점 :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단점 : 부정적 리뷰를 남길 시, 장기적인 손해를 본다.

b. 초기 불량을 일부 인정한다.

  • 개봉 당시 영상이나 사진이 없으나, 불량은 맞아 보이므로 일부만 보상해준다.
  • 장점 :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 단점 : 비용이 발생하고, 고객 설득이 어렵다.

c. 초기 불량을 완전 인정한다.

  • 고객의 말을 믿고 환불/교환/반품 과정을 거친다.
  • 장점 : 고객 신뢰도를 쌓을 수 있고, 긍정적 리뷰를 기대할 수 있다. 
  • 단점 : 비용, 시간, 스트레스가 소요된다. 재구매율이 높은 제품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b 안을 선택해야할 것 같아요.

어떻게 설득하죠?

 

5. 고객이 납득할만한 보상금 책정


고객과 합의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어떠한 논리로 고객을 설득하여 손해를 덜 볼 수 있을까요?

 

영상 확인하였습니다. 고객님께 불편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제품에 대한 완전 환불은 개봉 시의 사진 또는 동영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고객님께서 보내주신 영상으로는 완전 환불이 어렵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따라서, 반품 또는 교환 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단, 단순 보상은 가능합니다 (수수료 x)
이 때 제품은 따로 보내주실 필요 없으며, 제품가격 (*****원) + 제품 하나에 할당된 배송비 (*****원)를 고객님의 계좌로 송금 또는 네이버 포인트로 지급해드립니다. 더하여, 다음 주문 시에 톡톡 주시면 할인해드립니다.

고객님의 불편에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교환, 환불, 단순보상 중 결정하시어 회신 주시면 그에 맞게 처리하겠습니다.

0000 드림.

(실제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고객님은 다음에 필요할 때 또 주문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정적인 리뷰도 없었구요.

(최소 주문 갯수가 있어, 바로 주문 불가)

 

그리고 사실 배송비 4000원 보상은 나중에 얘기했습니다.

처음엔 낮게 부르고, 나중에 얹어주어 협상 상대로 하여금 성공적인 기분이 들도록 한거죠.

 


막상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니, 경험을 쌓아 좋기는 한데 꽤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다른 물품들도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는지 걱정도 되고요, 도의적 관점과 사업적 관점에서의 갈등도 생깁니다.

 

모든 거래에서 이득을 볼 수는 없겠죠?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류의 신이 저를 돕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