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영화

    [단편] 첫문장과 끝문장. 무엇이 더 중요하세요?

    새벽의 동아리실엔 노트북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삿포로 맥주캔 몇 개가 올려진 책상 앞으로 남녀가 나란히 앉아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자기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히터가 꺼진 탓에 공기가 제법 차다. “우리…” 초등학생 때, 나는 한 여자아이를 좋아했다. 얼굴이 예뻐 그 아이 주변엔 항상 남자아이들이 가득했고, 그다지 잘난 것도 없던 나는 항상 친구라는 이름으로 뒤로 빠져있었다. 그래도 밤새 하던 기도가 어느정도 통했는지 짝꿍이 되는 일이 잦아서 친해질 수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는 감쪽같이 전학을 가버렸다. 연락은 자연스레 뜸해졌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우연한 계기로 그 아이를 만났다. 여전히 예쁜 얼굴. 나는 운이 좋게 연애를..

    [영화 후기, 스포일러] 너의 결혼식을 봤(었)다

    2020. 03 .08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누군가와 같은 휴대폰을 쓴다거나,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것, 또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우연한 일로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은 그 관계에 비현실성을 부여하며, 그래서 더 특별하다. 물론 같은 것만이 특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한다거나,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당연한 일로 관계가 시작되지 못하더라도, 자석은 원래 같은 극이 아니라 다른 극끼리 만난다며 특별하게 느낀다.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한다. 수많은 첫사랑 영화들을 보며 왜 그리들 클리셰 덩어리들을 만들어낼까 생각했다. 황우연이 환승희를 대학 표지에서 찾아내고, 환승희가 키스 바로 직전에 고개를 숙이고, 마지막엔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당연한 그림을 대체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