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해외구매대행 사업 도전기 - 13. 목표 달성 및 그동안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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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해외구매대행 사업 도전기 - 13. 목표 달성 및 그동안 느낀 점

안녕하세요.

기계과 감성쟁이입니다.

 

해외구매대행 스토어 첫 주문이 올해 2월 20일이었습니다.

사업자등록부터 준비시간까지 생각하면 약 3개월의 시간이 흘렀네요.

 

목표를 달성한 기념으로 느낀 점과 함께 이것저것 얘기해보겠습니다.

 

0. 목표 달성


 제 첫 목표는 월 매출 1000만원이었습니다. 네자리가 주는 위압감을 가지고 싶었달까요. 목표 기한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일찍 달성했습니다. 사실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몰랐어요... 아무쪼록 뿌듯합니다. 배송비를 포함한 매출은 약 1230만원이고, 환불금액을 제외한 실매출은 1080만원 정도네요.

 

1. 해외영업 직무의 고충 간접 체험


1. 한국만큼 일을 빨리 처리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2. 외국의 일처리가 답답하다면 1번을 봅니다.

 

 근데... 해도해도 너무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메일도 안봐요. 이럴 땐 전화가 제일 좋죠. 근데 전화는 상대방이 깨어있어야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현지시각을 확인하면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나서, 심야에 전화를 해야합니다. 일찍 자고 싶은데 전화 한통 하겠다고 새벽 2시까지 깨어있는 그런 상황이 생겨요.

 

 예전에 누가 그랬어요. 해외영업은 시차 때문에 힘들다고. 이제서야 실감이 갑니다.

 

2. 저는 지금 합법적인가요?


 

 사실 제 첫 판매 상품은 '앙고스투라 비터스'라고 하는 칵테일용 향신료였습니다. 이렇게나 많이 쓰는 제품을 아무도 팔지 않더군요! 이거다 싶어 등록하니 주문이 빗발칩니다. 룰루~

 

 그런데 알고보니... 이 제품에는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는 인터넷으로 판매하면 통신판매법 위법이거든요. 여태 수많은 셀러들이 신고를 받고 스토어에서 제품을 내린거였어요. 일찍 발견해서 망정이지 배송이 하나라도 진행됐으면... 상상도 하기 싫네요!

 

 뿐만 아니라, 해외의 자그마한 브랜드 제품을 등록했다가 총판에서 연락이 온 적도 있습니다. 상표권 등록 되지 않은 것도 확인했는데 말이죠. '그러면 합법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혹시 몰라 내렸습니다. 안내리면 내용증명 날린다고 했거든요.

 

 이렇 듯, 지금 내가 사업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긴, 성인이면 알아서 해야지!

 

2. 어떤 제품을 소싱해야 하는가?


 우리가 제품을 선택할 때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합니다. 대표적으로 가격, 평판, 접근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평판이 좋은 곳에서 구매하고, 어떤 사람들은 처음 보는 가게라도 가장 싼 곳에서 구매합니다. 저는 스토어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제가 당장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가격'밖에 없습니다. 처음 시작했으니 아무런 리뷰도 없고, 네이버쇼핑을 주된 유입경로로 사용하니 접근성에도 큰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구매대행은 이미 포화 상태에 온 시장입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각기의 방법을 이용해 가격을 저렴히 만들어 판매합니다. 셀러와 딜을 한다거나, 제품 등록 및 주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등을 이용해서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 사입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죠.

 

 하지만 위 요소들은 동일제품을 판매할 때의 기준입니다. 다른 제품이라면 한 가지 요소가 더 생기죠. 바로 '희소성'입니다. 남들이 팔지 않지만, 팔릴만한 제품을 판매하면 돼요. 좋아요. 근데 그런 완벽한 제품을 어디서 찾죠...?

 

 저는 우선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을 만큼 마이너한 취미와 특정 분야에 깊은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직구를 이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도 해당 분야에 견문이 있어야 소싱을 할텐데 어디서 찾죠?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제 방법이 정답이라면 전 아마 떼돈을 벌었겠죠. 제 방법은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는 것, 그 중에서도 디씨인사이드를 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입 및 상주하고, 다양한 갤러리에서 각자의 취미를 깊이 파고드는 곳이니까요. 적당한 검색어로 직구 수요가 있는 제품을 찾고, 해외 판매 사이트를 찾아본 뒤, 네이버 쇼핑에 경쟁사를 알아보고 마진율을 설정했습니다. 이후엔 전문화된 커뮤니티 (자출사, 가노철 등)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 방법은 취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보여서 재밌어요.

 

3. 가지각색 고객들


 참 다양한 고객들이 있습니다. 정말 다양해요.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를만큼요(...)

 

1. 밤이 늦어 톡톡 답장을 하지 못하니,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보내는 분

2. 주말에 답장을 재촉하는 분

3. 배송 재촉하는 분 - 7일에서 14일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음에도, 3일 만에 왜 이렇게 늦냐고...

4. 상세페이지 안읽고 하나하나 물어보는 분

5. 할인 해달라는 분 - 이건 인정

6. 커뮤니티에 홍보해줄테니 할인해달라는 분 - 음...

 

 사실 연락은 상황에 맞게 하면 되는데, 그냥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네... 정말 왜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분을 막 대할 수는 없죠. CS 하는 유도리는 생겼는데, 진짜 이해가 안갈 뿐...

 

4. 뜻 밖의 사실 - 자본이 필요하다!


 구매대행(위탁판매)는 자본금이 필요 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저도 정말 그런 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자본금이 아니라 초기투자금이 필요없다는 말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아요.

 

 정산이 가장 빠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기준으로 생각해봅시다. 네이버는 고객이 구매확정을 누른 날로부터 2영업일 이후에 정산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매번 구매확정요청이 오는거에요! 각설하고, 시간 계산해봅시다. 미국 구매대행 기준으로 현지 셀러가 제품을 빨리 보내면 수령까지 10일 정도 걸립니다. 이후 고객님이 구매확정을 누르지 않으면 자동확정까지 8일이 걸립니다. 구매확정으로부터 2영업일 뒤에 정산이 되니 총 20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20일 동안 돈이 묶이는 겁니다. 시작할 때 1000만원 있었는데, 20일 동안 실매출이 1000만원 이상 나오면 주문처리가 불가능한거에요. 사실 제가 겪은 상황입니다. 어찌어찌 해결했지만 깨달았죠.

 

'아 이래서 사업할 때 그렇게들 돈을 빌리는구나!'

'아 이래서 스타트업 대표님이 잔금 받는데에 열을 쏟으시는구나!'

 

5. 구매대행의 한계


 가끔 제품을 소싱하다보면, 이거다! 싶은 제품들이 보입니다. 잘 팔려요. 그런데... 그정도로 잘 팔리면 보통 오래가지 못합니다. 다른 업체에서 정식으로든 병행으로든 수입하거든요. 가격 차이도 얼마 안나는데, 해외구매의 리스크와 배송시간을 부담할 이유가 없잖아요. 당연한거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속된 말로 현타가 옵니다. 아... 내가 돈만 있었더라면...

 

6. 구매대행을 계속 해야하는가?


 구매대행에서 제품을 등록하는건, 낚시대를 놓는 것과 같습니다. 제품을 많이 등록할 수록 낚시대가 많아지고, 물고기가 잡힐 확률이 높아지죠. 매번 하는 것도 비슷비슷합니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낚시대를 당기는거죠. 돌발 이벤트는 거의 없다시피해요. 별 생각없는 반복적인 업무를 통한 소소한 돈벌이. 나쁘지 않죠?

 

 하지만 저는 지금 돈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더 다양하고 멋진 경험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구매대행은 흔히 '사이버 노가다'라고 불릴만큼 별게 없어요. 매번 같은 루틴으로 등록하고, 배송하고, 관리하고, CS하고... 새로움이 없죠.

 

 그래서 구매대행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보려합니다. 폐업하기는 아까우니, 가끔 괜찮은 아이템이 생각나면 들어와서 등록하거나 해야겠어요. 판매 채널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마치며. 앞으로는 무엇을 할건데?


 

 하고싶은 건 많아요. 자그마한 사업을 하나 해보니, 이것저것 막 궁금하달까나요. 이번에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숨고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50대 여행사 대표님에게 제안서 작성 PPT 강의 및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카피라이팅도 해보고 싶고, 출판업도 더 알아보고 싶네요. 못 다 이룬 이베이의 꿈도 한번...

 

 열정이 너무 늦게 불타올랐네요. 1년만 젊었더라면!!(?)